이제 나이가 많기는 하지만 수십년전부터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피아니스트인 마리아 조앙 피레스가 처음으로 내한한다고 해서 두달 전쯤에 예약해뒀던 공연을 보고 왔다. 첫 내한 공연을 서울 예술의 전당과 울산 현대예술관 두 곳에서만 한다니...
현대 계열사 직원인게 자랑스러워지는 순간이랄까...?
이 정도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의 공연은 생전 처음 봐서 엄청 기대했다. 1944년생, 한국 나이로는 79살이라서 실망할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조금 있었지만.
오늘의 프로그램은 이랬다. :
오늘 공연은 1944년생이라는 연주자의 나이가 거짓말이 아닌가 싶은 연주력을 보여줌.
엥콜곡은 드뷔시의 아라베스크 1번.
음반에서 듣던 이 사람 특유의 맑은 음색을 실제로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2시간의 공연이 끝나갈 때쯤 체력을 요하는 D.960의 마지막 악장의 화음을 계속 강하게 노래하듯이 연주해야하는 클라이막스 부분에선 눈에 띄게 버거워하는 모습이 잠시 보여서 안타깝기도 했지만 그 외에는 연주에서 나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이 사람이 잘하기로 유명한 맑은 음색과 섬세한 터치는 실제로 들으니 더 감동. 그리고 2부의 D. 960이 몇 년 전 경주에 있을 때 꽂혀서 엄청 연습 많이 했던 곡이라 옛날 생각도 나고.
그리고 79살인 사람인데 외모를 보나 ambulation(...)하는 것으로 보나 겉으로 보이는 신체적 행동들은 전혀 그 나이같지 않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면서 살아가는게 좋은 삶을 사는 한 방법인 것 같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이 연주자는 요즘 뭘하고 사는가 궁금해서 공식 사이트에 가서 찾아보니 후진을 양성하는 일을 하며 소외된 아이들의 음악교육하는데도 일조하는 일을 하면서도 여러 국가를 다니면서 계속 공연도 하고 다닌다고.
투어 일정을 보니까 12월에는 태국, 1월에는 독일부터 시작해서 유럽 투어 예정...와 이런 삶의 형태도 있구나, 싶었다.
내가 아는 70대 후반의 99.9%와는 너무나 확연히 다른 삶.
이런 삶을 살아가는게 아름답고 멋지네. 아무 낙이 없던 요즘 동기부여가 되는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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