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3년 전 도쿄 여행기 - 2일차

Wingykk 2021. 8. 10. 00:29

도쿄에서의 두 번째날 아침을 맞이했다. 어머니는 숙소의 이불이 피부에 자극적인 것 같다며 따갑다고 하셨고...보습제? 바세린? 같은 류의 크림을 사서 발랐던 것 같다.

일어나서 나오자마자 바로 신주쿠 쪽 숙소에 짐을 맡기러 갔다. 무거운 짐을 들고 돌아다니니 첫날 꽤 피곤했어서...
신주쿠역이 아니라 옆에 있는 신주쿠산초메 역에서 조금 걸어가니 숙소가 있더라.

걸어가는 길이 전부 거주지역이라 가는 길에 이곳 사람들 삶의 일부를 아주 표면적으로나마 볼 수 있었다.

일본집은 거의다 저렇게 각지고 네모반듯하게 생긴 것 같다. 아기자기한 인상을 받아서 나는 '내 집'같은 느낌으로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빈틈없이 다닥다닥 붙어있으니 닭장같기도 했는데 사실 닭장같은 느낌이라면 아파트에 밀집되어 사는 한국의 도시 사람들 집이 진짜 닭장...그리고 이 닭장 가격을 1-2년만에 2배 넘게 올린 이번 정부 칭찬해...

가는 길에 재활센터같은 느낌의 운동치료원(?)도 보였다. 한국에서는 이런 류의 시설들은 밖에서 내부가 보이게 해놓지 않는데, 투명하게 보이게 하는 것도 괜찮은가 싶기도 했다. 밖에서 누군가 보고 있을지도 모르니 나쁜짓, 이상한짓 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느낌...........
가는 길에 로손 편의점이 크게 하나 있어서 거기를 한참 구경했다. 아침시간이라 그런지 직장인 학생 등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각종 즉석식품을 사먹더라. 편의점에서 아주 푸짐한 덮밥이나 먹음직스러운 라멘, 파스타를 팔아서 신기방기.

그래도 현지 맛집에 대한 어무니와 나의 열망으로 한번 참아내었다........
한국 돌아오고나니 일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가 그 편의점이네.ㅋㅋ
다음에 다시 도쿄가면 모든 브랜드의 편의점만 돌면서 삼시세끼 사먹을테다.

 

숙소에 짐을 풀고 우에노쪽으로 갔다. 우에노 근처에 도쿄에서 제일 큰 재래시장이 있다고 그래서 구경하러 간거였는데 솔직히 부산 깡통시장보다 못했다.(부산부심) 여튼 뭔가 시장에 먹자골목 이런 것을 기대하고 먹방찍으러 간거였는데 실망하고 주변을 배회하다 우에노역 옆에 식당이 밀집되어있는 곳(이름을 모르겠다)에 가니 현지인들이 줄서서 먹는 라멘집이 몇 개 보이기에 가서 구경하다 어마마마께서 좀 얼큰한 맛을 원하셔서 빨간 국물의 라멘이 보이는 곳으로 고고.

무작정 줄을 서니 먼저 가게 안에 들어가서 자판기로 티켓을 구입하란다. 일본어로밖에 안되어 있어서 뭐가 뭔지 하나도 몰라 나름 의사소통이 원활히 가능한 영어로 질문을 시도했으나 직원분은 일본식 영어발음밖에 못 알아들으시고 ㅋㅋㅋ 여튼 여차저차 나는 미소라멘 어무니는 직원분의 말에 따르면 super crazy hot하게 맵다는 탄멘?을 주문해서 먹음. 둘다 고명이 무지막지하게 많이 들어있어서 든든하고 국물맛도 진하고 맛있었으나..고명이 많아서 그런가...국물이 먹으면 먹을수록 짰다. 소태 수준...ㅡ,.ㅡ 그래도 여튼 매우 맛있었던 기억.

배도 빵빵하게 채워서..

소화도 시킬겸 근처 우에노 공원으로 산책을 갔다. 공원 안에 있는 절(불상과 불교마크가 보이는 등 신사가 아닌 절 같아서..)에 갔다. 평일 낮인데도 꽤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있었다. 절 앞에 사람들이 저마다의 소원을 써둔 나무부적같은 것을 걸어둔 곳이 있기에 어머니와 나도 옆에서 하나 사가지고 와서, 어무니가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는 글을 쓰시고 걸어두고 왔다.

 

 

우에노역 거리였던걸로 기억한다. 공원을 보고 나서 아까 라멘 먹은 곳 앞의 멀티플렉스 같은 곳에 있는 빵집에서 초코케이크 사들고 Tully's coffee에서 커피마시면서 같이 먹음...맛있었다...!

 

그리고 시내는 어딜가나 분명 한국과 비슷하게 도로변엔 차들이 많이 다니고 대로변 옆에 상가들, 식당들 많이 있는 흔한 구조인데...분위기가 미묘하게, 하지만 확실히 다르다. 뭐가 다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다음에 다시 가면 더 자세히 보고 와야지.

우에노 툴리스커피에서 뭉개고 있다가 신주쿠로 다시 돌아왔다. 타카하시 타임스퀘어랬던가? 인터넷 검색 결과 어무니가 젤 관심있어하실거 같은 브랜드가 많아보이는 쇼핑몰에 모시고 가서 구경시켜 드렸다. 이세이미야케였던가? 브랜드의 작은 사이즈 가방을 득템하실까말까 고민하시기에 사드린다해도 ㄴㄴㄴ하셔서 그냥 구경만하고 왔더라는...근처에 있는 이세탄 백화점 1층에 가서 또 구경을 잔뜩. 악세사리 샾에서 아주아주아주 길다란 목걸이를 하나 사셨다. 점원과 일본어/영어 혼용체로 목걸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질문도 하고 그랬다. 기억에 남는 것은 이 목걸이 하나로 목에 같은 길이로 두번 둘러서 코디할 수도 있고 다른 길이로 두번 둘러서, 또 세번 둘러서 짧은 목걸이로도 만들수 있고 손목에 칭칭 감으면 bracelet이 된답니다!! 라는 깨알 설명을 일본어와 영어 혼용체로 속사포로 내뱉는 점원분의 일본인 특유의 친절함?이 기억에 남는다. 여튼 그것 하나 사고 나는 그당시 애플워치에 한창 관심이 많던지라 1층에 애플워치 전용 매장이 있대서 구경하고..가격이 한국보다 저럼해서 잠시 고민하다가 패스.ㅋㅋ 나중에 결국 한국에서 사버렸지만. ㅡㅡㅋ

그리고 백화점 바로 옆의 무인양품도 구경했는데 사실 한국에 있는 우리집 옆 백화점에도 있는 브랜드인데!!! 굳이 이걸 일본까지 와서 봐야하나!!! 싶었지만 어머니가 계속계속 너무 열심히 즐겁게 구경하셔서 끽소리도 못했다......한국에 비해서 가격이 매우 저렴해서 더 재밌게 구경하신건가 싶기도 하고.

어무니 쇼핑하는 것 같이 구경하다보니 저녁시간이 훌쩍 넘었더라. 숙소 가는 길에 사람들이 많은 스시집이 하나 있기에 들어가서 오마카세를 또 하나 먹었다. 알이랑 연체동물 같은 애랑 해면동물 같은 건 너무 싫은 맛이었지만 그 외의 스시들은 맛있었던 기억. 신선한 느낌이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저녁을 스시로 해결하고 난 뒤 아침에 갔던 로손 편의점에 후식먹을겸 가보자!!해서 가려고 했는데 찾지를 못해서...숙소 근처를 한참 헤매다가ㅋㅋ 결국엔 찾아서 잔뜩 구경을 하고 어머니는 과자를, 나는 차를 샀다.ㅋ 일본은 편의점에서 각종 차를 너무 싸게 팔아서 참 좋은 것 같다. 오후의 홍차를 한국에서는 세네배를 비싸게 팔다니...ㅠ_ㅜ

 

숙소에서 차를 마시며 욕조에서 반신욕을 하며 이틀째 밤을 보냈다.

 

그리고 반신욕하다 문득 깨달았다...처음부터 여행 컨셉을 쇼핑과 먹방으로 잡았어야했다는 것을.

첫날과 둘째날 어무니의 표정이 너무나 다르셨거든......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 날에서야 나의 여행취향을 알게 됐더라지. 동네음식 먹기, 그리고 여행지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 간접체험? 구경?하기...ㅎㅎ 일본인들은 깨알같이 아기자기한 면이 많은 질서정연한 사람들 같다는 인상을 받았던 것 같다. 한국보다 거리가 화려하다거나 사람들이 엄청 적극적이지는 않은 것 같지만, 내가 거리를 다니면서 본 일본인들은 대체로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청소하시는 분, 가게 점원, 경찰관, 요리사...

 

요즘같이 너무나 많은 매체들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다 정답이라고 말하는, 무엇이 정답인지 헷갈려서 길을 잃기 쉬운 시대에 자신이 맡은 일에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요즘 사람들 말로 쓸데 없는 '노오오력'일수도 있지만...